깨끗한 물을 위한 약속-수질오염총량제, 유역 중심의 현명한 관리
깨끗한 물을 위한 약속-수질오염총량제, 유역 중심의 현명한 관리
서론: 왜 수질오염총량제가 필요할까요?

우리가 마시고 사용하는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필수 자원입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하천, 호소 등의 수질 오염 문제는 심각해졌고, 이는 인간의 건강은 물론 생태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오염물질의 ‘농도’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수질을 관리했습니다. 즉, 폐수 배출 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의 농도가 일정 기준치 이하이면 허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농도 규제만으로는 수질 개선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폐수량이 많아지면 농도가 낮더라도 총 오염물질 배출량은 증가할 수 있고, 하천의 자정 능력을 초과하는 오염 부하가 누적되면 결국 수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수질오염총량제’입니다.
수질오염총량제란 무엇인가?

수질오염총량제는 하천, 호소 등 특정 수계(물길)의 목표 수질을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해당 수계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미리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만 오염 물질을 배출하도록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 강이 깨끗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1년 동안 이 정도 양의 오염물질만 받아들일 수 있어’라고 총량을 정하고, 이 총량을 지키기 위해 오염원을 가진 각 주체(지자체, 사업장 등)에게 배출량을 나누어 주는 방식입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유역(강이나 하천으로 물이 모이는 전체 지역) 단위’로 오염 총량을 관리한다는 점입니다. 특정 지점의 농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유역 전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오염원을 고려하여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수질오염총량제의 도입 배경과 목표
수질오염총량제는 기존의 농도 규제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과학적이고 효과적으로 수질을 관리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4대강 유역(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은 인구 밀집과 산업 시설 집중으로 인해 수질 오염 문제가 심각했고, 기존 방식으로는 목표 수질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에 유역 전체의 오염 부하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총량 관리 방식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수질오염총량제의 주된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목표 수질 달성 및 유지: 각 수계별 특성과 용도에 맞는 목표 수질을 설정하고, 총량 관리를 통해 이를 달성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 오염 부하량 감축: 유역에서 발생하는 점오염원(하수처리장, 공장 폐수 등)과 비점오염원(농경지, 도로, 시가지 등에서 빗물과 함께 흘러나오는 오염 물질)의 총 배출량을 줄입니다.
- 개발과 보전의 조화: 지역 개발로 인해 오염 부하가 증가할 경우, 그 증가량만큼 기존 오염원의 배출량을 줄이거나 새로운 감축 노력을 통해 전체 총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유도합니다.
- 유역 거버넌스 구축: 중앙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주민 등 유역 내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수질 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 방안을 논의하며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합니다.
수질오염총량제의 시행 절차
수질오염총량제는 과학적인 분석과 협의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됩니다. 일반적인 시행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본 계획 수립: 환경부장관은 유역 전체의 목표 수질을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장기적인 오염 부하 삭감 목표 및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역의 현황, 오염원 조사, 장래 오염 부하 전망 등이 종합적으로 분석됩니다.
- 시행 계획 수립: 기본 계획을 바탕으로 시·도지사는 해당 유역 내 시·군별로 오염 물질 배출 허용 총량을 할당받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삭감 계획 및 이행 방안을 담은 시행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 계획에는 점오염원 및 비점오염원의 삭감 목표, 주요 사업 내용, 사업장별 또는 시설별 할당 부하량 등이 포함됩니다.
- 시행 계획 승인: 수립된 시행 계획은 환경부장관(또는 유역(지방)환경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계획의 타당성, 실현 가능성 등이 검토됩니다.
- 이행 및 평가: 승인된 시행 계획에 따라 각 지자체와 사업장은 오염 부하 삭감 사업을 추진하고 할당된 배출 부하량을 준수해야 합니다. 환경부는 정기적으로 각 지자체의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합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나 페널티가 부여될 수 있습니다.
- 재수립: 일정 기간(보통 5~10년)이 경과하면 유역의 상황 변화, 목표 수질 달성도 등을 고려하여 기본 계획 및 시행 계획을 재수립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수질오염총량제는 지속적으로 유역의 수질을 관리하고 개선해 나갑니다.
점오염원 및 비점오염원 관리
수질오염총량제는 오염원을 크게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으로 구분하여 관리합니다.
- 점오염원: 하수처리장, 폐수처리장 등 오염 물질이 특정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배출되는 오염원입니다. 점오염원은 배출량 측정이 비교적 용이하여 할당 부하량 관리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각 시설별로 배출 허용 총량을 할당하고, TMS(원격자동감시시스템)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배출 부과금 등을 부과합니다.
- 비점오염원: 도시, 도로, 농경지, 산지 등에서 빗물과 함께 불특정하게 배출되는 오염원입니다. 비점오염원은 발생원이 다양하고 배출량이 강우량 등 자연 조건에 따라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관리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영향개발(LID) 기법 적용, 비점오염 저감 시설 설치, 농업 배수 관리, 축사 분뇨 관리 등 다양한 비구조적/구조적 관리 대책을 통해 저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비점오염원 관리는 수질오염총량제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수질오염총량제의 효과와 과제
수질오염총량제 시행 이후 주요 하천의 수질은 상당 부분 개선되었습니다. 오염 총량을 설정하고 관리함으로써 오염 부하량을 효과적으로 줄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점오염원 관리가 강화되면서 하수처리장 등의 방류수 수질이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유역 내 지자체와 다양한 주체들이 수질 개선 목표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개발 사업 시행 시에도 오염 총량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므로,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하고 친환경적인 개발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질오염총량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 비점오염원 관리의 어려움: 예측하기 어렵고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비점오염원 관리는 여전히 가장 큰 숙제입니다. 효과적인 비점오염원 저감 기술 개발과 함께 토지 이용 규제, 시민 참여 유도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 지자체 간 협력 강화: 하나의 유역은 여러 지자체에 걸쳐 있기 때문에 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력과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합니다. 상류와 하류 지역 간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기후 변화 영향 고려: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한 집중호우나 가뭄 등은 빗물 유출량과 오염 부하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수문 변화를 고려한 총량 설정 및 관리 방식의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 제도 운영의 효율성: 총량 할당 방식의 개선, 배출권 거래제 도입 검토 등 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 원리를 일부 반영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론: 지속 가능한 물 관리를 위한 미래
수질오염총량제는 유역 중심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질 관리 시스템으로서 우리나라 하천 수질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과거의 농도 규제에서 벗어나 오염 총량을 관리함으로써 오염 부하량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물 관리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비점오염원 관리의 어려움, 지자체 간 협력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을 극복하고 제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우리는 더욱 깨끗하고 건강한 물 환경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