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도시, 디자인에 달려있다? 셉테드(CPTED)의 마법
안전한 도시, 디자인에 달려있다? 셉테드(CPTED)의 마법
우리는 모두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도시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범죄 예방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경찰력 강화나 엄중한 처벌만큼이나, 우리 주변의 물리적 환경이 범죄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범죄 예방 전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셉테드(CPTED)’입니다. 셉테드는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줄임말로, ‘환경 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을 뜻합니다.
셉테드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셉테드 개념은 1960년대 미국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의 주장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녀는 자신의 저서에서 “거리의 눈(eyes on the street)”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람들이 활발하게 거리를 이용하고 서로를 자연스럽게 지켜보는 환경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이후 이러한 아이디어는 발전하여 1980년대부터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실제 도시 설계에 적용되기 시작했고, 특히 주택가에서 발생하는 침입 절도와 같은 기회성 범죄를 줄이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주변 환경을 살피고, 발각될 위험이 낮고 침입하기 쉬운 곳을 선택한다는 심리에 기반한 것입니다. 환경 설계를 통해 이러한 ‘기회’를 줄이면 범죄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셉테드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셉테드의 다섯 가지 핵심 원리

셉테드는 단순히 물리적인 시설물 설치를 넘어, 인간의 행동 심리와 공간 이용 방식을 고려한 종합적인 환경 설계 원리를 제시합니다. 주요 핵심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자연적 감시 (Natural Surveillance): 사람들이 일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나 특정 공간을 관찰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시야를 확보하는 설계입니다. 건물의 창문을 거리나 공원을 향하게 배치하거나, 울창한 수풀 대신 시야를 가리지 않는 낮은 조경을 선택하고, 야간에도 충분한 밝기를 제공하는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밝고 개방적인 공간은 범죄자가 숨거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기 어렵게 만들어 범죄 시도를 단념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CCTV 설치 또한 인공적인 감시를 통해 자연적 감시 기능을 보완합니다.
- 접근 통제 (Access Control): 잠재적 범죄자가 특정 공간에 쉽게 들어오거나 범행 후 신속하게 도주하는 것을 물리적, 상징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설계입니다. 울타리, 담장, 잠금장치가 있는 대문 등을 설치하여 무단 침입을 어렵게 만들고, 출입구와 동선을 단순화하여 방문객과 거주자를 명확히 구분하며, 조경이나 시설물 배치를 통해 우회하거나 숨어서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범죄자의 침입 자체를 어렵게 만들거나 상당한 노력을 요구함으로써 범행 의지를 꺾습니다.
- 영역성 강화 (Territorial Reinforcement): 공간의 소유권이나 사용 권한을 명확하게 표시하고 강화하여, 해당 공간의 사용자가 주인 의식을 갖고 외부인의 침입이나 수상한 행동에 대해 경계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설계입니다. 낮은 울타리, 대문, 구획을 나누는 조경, 바닥 재질이나 색상의 변화, 사유지임을 알리는 표지판 설치 등을 통해 공적 공간(도로, 공원), 반공적 공간(아파트 단지 내 공개된 공간, 상가 앞), 사적 공간(개인 주택, 아파트 내부)을 시각적으로 구분합니다. 영역성이 분명한 공간에서 사용자는 자신의 공간을 보호하려는 본능을 발휘하여 범죄 행동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 유지 관리 (Maintenance): 건축물과 주변 환경을 깨끗하고 잘 관리된 상태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파손되거나 방치된 시설물, 쓰레기가 쌓인 공간은 무관심과 방치의 이미지를 주어 범죄자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 알 수 있듯이, 작은 무질서를 방치하면 더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청소, 시설물 보수, 조경 관리 등을 통해 공간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범죄자의 접근을 막습니다. 잘 관리된 환경은 지역 주민들의 애착과 책임감을 높여 자연적 감시와 영역성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활동 활성화 (Activity Support): 특정 공간에서 합법적이고 긍정적인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하여,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왕래를 늘리고 자연적 감시 기회를 증진하는 것입니다. 공원에 벤치나 운동 시설을 설치하거나, 상업 지역에 다양한 편의 시설을 유치하고,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조성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활동하는 공간은 범죄자가 범행을 시도하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이 됩니다. 이는 주로 공공 공간의 설계에 중요하게 적용됩니다.
셉테드 적용 사례 및 효과
셉테드는 다양한 공간과 건축물에 적용되어 실제 범죄 감소 효과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 주거 지역: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의 CCTV 설치 확대, 어둡고 후미진 골목길의 조명 개선, 출입구 보안 강화, 놀이터나 공원 등 공용 공간의 시야 확보 등이 적용됩니다. 이러한 노력은 주거 침입, 절도, 폭력 등 생활 주변 범죄를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 학교: 학교 울타리 개선을 통한 외부인 출입 통제, 사각지대 없는 동선 설계, 밝은 조명 설치, 교내CCTV 설치 등이 적용됩니다. 이는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과 교내 폭력 예방에 기여합니다.
- 공원 및 공공 공간: 공원 외곽의 시야 확보를 위한 조경 설계, 야간 조명 강화, 외진 곳에 시설물 설치 지양, 이용객들의 활동을 유도하는 편의 시설 배치 등이 적용됩니다. 이는 공원 내 범죄 및 비행 청소년 문제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 상업 지구: 상가 밀집 지역의 밝은 조명, 넓은 보행로 확보, 상점의 개방적인 전면 디자인,CCTV 설치 등이 적용됩니다. 이는 소매치기나 강도 등 상가 관련 범죄 예방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 여러 연구와 사례를 통해 셉테드가 적용된 지역에서 범죄 발생률이 감소하고 주민들의 안전 체감도가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는 셉테드가 단순히 이론적인 개념을 넘어 실제적인 범죄 예방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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